역사의 틈바구니에서 살아가던 평범한 사람들...“개척지대”
역사의 틈바구니에서 살아가던 평범한 사람들...“개척지대”
  • 박민호
  • 승인 2022.07.28 21:54
  • 댓글 0
  • 조회수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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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는 그 드넓은 땅만큼이나 그 역사가 길고도 복잡하다. 
문명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사람의 흔적이 있었다. 주로 수렵과 채집을 하는 사람들이 머물기도 했고 배회하기도 했다.

퉁구스, 흉노, 튀르크, 숙신, 그리고 우리 한민족의 직계 조상인 예맥족에게도 만주는 삶의 터전이었다. 멀리서 동토 개척을 하던 러시아인들도 이곳을 지나갔다. 그리고 먼 뒷날, 청나라의 지배 세력이 되는 만주족(구 여진족)은 만주 일대를 신성시하여 출입을 금하기도 하였으나, 조선에서는 이곳을 간도(間道)라 부르며 자주 드나들었다.
그리고 현대에 접어들어, 마지막으로 만주에 진입한 이민족은 바로 일본인들이었다.

메이지 유신으로 국가를 근대화시킨 일본은, 대동아공영권(大東亜共栄圏)을 주창하며 아시아의 질서를 그들의 주도 하에 두려고 하였다. 그리고 일본 제국이 가장 먼저 주목한 곳은 한반도였고, 한반도를 발판삼아 진출한 곳은 만주였다. 
그 일본 제국의 흑심 속에 탄생한 괴뢰국이 바로 만주국이다.

한편 급격한 개혁으로 과포화 상태가 되어버린 일본. 그 바깥으로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으려 했던 평범한 소시민들이 있었다. 제국 일본은 아무것도 모르는 민중들을 “만주에 가면 네 땅을 얼마든지 가질 수 있으니, 가서 새 삶을 찾으라”며 현혹했다.

 「개척지대」에는, 바로 그러한 역사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던 소시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12명의 작가가 내놓은 이야기와 시각은 저마다 다르지만, 하나같이 ‘개척지 만주’에서 살아가던 일본인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제국 일본’에 대한 그 어떠한 미화나 향수는 담겨 있지 않다. 일본 정부가 내세우던 ‘민족협화’니 ‘신의 나라’ 따위는 먼 세계의 이야기고, 그저 눈앞의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만주로 와서 땅을 일궜지만 씁쓸함만 맛본 농부의 이야기, 입을 옷을 걱정하는 소녀와 엄마의 이야기, 경례를 못 했다며 상관에게 두들겨 맞으며 일본군의 부조리를 체험하는 군인도 있다.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고, 평온함과 고단함이 이어지는 삶을 「개척지대」는 그대로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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