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 (71) / 코로나가 끝나려나 – 김기은의 ‘코로나 19’
이승하 시인의 ‘내가 읽은 이 시를’ (71) / 코로나가 끝나려나 – 김기은의 ‘코로나 19’
  • 이승하
  • 승인 2023.03.12 04:00
  • 댓글 0
  • 조회수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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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송희 에디터
사진=한송희 에디터

코로나 19

김기은

<( 모두들 마스크를 쓰고 있다 )>

눈도
더 자세히 보게 되고

폰도
더 많이 쓰게 되니까

눈으로 손으로
대화하는 능력이 발달하고 있다.

좀 답답하긴 해도
사람들이 더 똑똑해질 것 같다.

마스크를 쓰고
어떻게 메롱을 잘할 수 있을까
나도 엄청 연구 중이다.

<( 메 롱 )>

ㅡ『동시 빵가게』(2022. 2)에서

사진=뉴스페이퍼 제작
사진=뉴스페이퍼 제작

<해설>

 이제 마스크를 안 써도 되는 것일까?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현상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확진자 격리 조정과 마스크 착용 의무 완전 해제 논의를 공식화했다. 조규홍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중대본 회의에서 “이제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 하향과 감염병 등급 조정, 7일 격리의무 전환, 마스크 착용 전면 해제 등 남아 있는 방역 규제들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버스 안이나 지하철 안, 병원, 요양원 등을 제외하고는 이미 마스크를 안 쓰고 출입하고 있다. 

 이 동시의 화자인 아이는 아주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2020년, 2021년, 2022년 3년 동안 우리는 어디를 가나 마스크를 써야만 했다. 눈만 내놓고 다녀서 그 사람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어, 당신 이렇게 잘생긴 사람이었어? 하고 놀라는 경우도 있었다. 대면 만남을 자제하면서 스마트폰을 더 많이 보게 되니까 “눈으로 손으로/대화하는 능력이 발달하고” 있었다. 기계와 더 친숙해진 것이다. “좀 답답하긴 해도/사람들이 더 똑똑해질 것 같다.”고 화자인 아이는 생각한다. 하지만 학습능력은 많이 떨어지고 말았다. 친구도 잘 못 사귀는 이 상황을 ‘메롱’ 하고 놀리고 싶은데 마스크를 하고 있으니 안 된다. <( 메 롱 )>을 마스크 쓰고 하고 있으니 안 하느니만 못하다. <( 메 롱 )>이 얼굴이 된 이 현실이 씁쓸하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아무튼 마스크를 벗게 되었으니 강단에 서 있는 학생들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2년 동안은 줌으로 만나서 동전보다 작은 얼굴만 보았고(노트북을 카페에 갖다놓고 강의 듣는 학생은 말도 안 하고 마스크도 안 벗었다), 작년 한 해 내내 학생들은 전원 마스크를 쓰고 강의실에 들어왔다. 이제 학생들 얼굴을 볼 수 있게 되어 너무 좋다. 이제는 인간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키워서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 인간이 바이러스에게 메롱!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공포와 전율의 나날』,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생애를 낭송하다』 『예수ㆍ폭력』 등과 소설집 『길 위에서의 죽음』을 펴냄.

산문집 『시가 있는 편지』, 『꿈꾸듯 미치도록 뜨겁게』, 평전 『마지막 선비 최익현』, 『최초의 신부 김대건』, 『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 등을, 문학평론집 『한국문학의 역사의식』,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한국 시조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욕망의 이데아』, 『경남 문인 4인을 새롭게 보다』 등을 펴냄.

지훈상, 시와시학상, 가톨릭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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