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승하 시인, 새 시집 『사람 사막』에서 '폭력'과 '평화'의 굴곡 탐구
[인터뷰]이승하 시인, 새 시집 『사람 사막』에서 '폭력'과 '평화'의 굴곡 탐구
  • 이민우
  • 승인 2023.08.12 19:08
  • 댓글 0
  • 조회수 2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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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더 푸른제공

더푸른 출판사에서 이승하 시인의 신작 시집 『사람 사막』이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사람을 중심으로 폭력의 원인과 굴곡을 깊이 들여다본다. 동시에 폭력을 넘어서는 평화와 사랑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시인은 폭력을 향한 깊은 관심과 연구를 바탕으로 폭력의 희생자와 가해자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냈다. 그렇기에 이 시집은 폭력으로 엮인 서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일종의 '인물사전'과 같은 구성을 가진다. 시인은 폭력의 희생양이 된 인물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함께, 폭력을 넘어서는 사랑과 희망에 대한 그의 생각을 선보인다.

시집은 세 부분으로 이뤄진다. 1부는 다양한 시인들의 삶을 소개하며, 2부와 3부에서는 폭력의 굴곡과 그것을 넘어서려는 시도를 말한다. 

우찬제 교수는 이 시집에 대한 해설에서, 이승하 시인의 폭력과 광기에 대한 깊은 탐구와 그를 넘어서기 위한 사랑의 노력에 주목하였다.

이승하 시인은 인터뷰를 통해, 이 책에서 다룬 인물의 선정 기준과 작업 과정, 폭력에 대한 그의 생각과 탐구 과정을 솔직히 밝혔다. 시인은 폭력을 사랑과 희망으로 극복하는 것의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력을 넘어서려는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번 작품을 통해 독자들은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고민하고 인간의 본질을 깊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아래는 이승하 시인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1. 다양한 인물을 모으셨습니다. 이 인물들을 선정한 기준이 있을까요?

직접 만나본 사람이 3분의 1, 그렇지 않은 사람이 3분의 2 정도 될 겁니다. 저의 관심이 된 사람은 거의 대다수 폭력과 관계가 있습니다. 예컨대 화가이자 문인이었던 나혜석은 그 당시 남성사회의 지배질서라는 폭력에 희생된 분이었습니다. 일제 말기에 군 위문을 했던 무용가 최승희는 남에서는 친일파로 낙인찍혀 평가에서 제외되었고 북한에 가서는 당과 인민을 위한 무용을 창작하지 못한다고 배척을 당했습니다. 복음을 전파하다가 붙잡혀 참수형을 당한 김대건 신부도, 일제에 저항하다 옥사한 일본 여성 가네코 후미코도 폭력의 희생양이었습니다. 소월의 아버지가 일본인 노동자들에게 몰매 맞아 정신이상자가 되지 않았더라면, 일본에 유학 가서 관동대지진 때의 참상을 목격하지 않았다면 그런 시를 쓰지 못했을 것입니다.  

2. 시집을 묶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셨나요?

10년도 훨씬 더 됐습니다. 일본 고베에서 일어난 중학생의 초등학교 살해 사건을 다룬 시는 1997년에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는 신문을 오려두고는 계속 고치고 고치고 또 고쳤습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만진 시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3, 4년 동안 퇴고한 시는 수두룩하고 10년 이상 손본 작품도 많습니다. 시인이 된 게 무슨 업보인지 저주받는 운명인지 모르겠습니다. 1993년에 『폭력과 광기의 나날』을 내고 27년 뒤인 2020년에 낸 『예수ㆍ폭력』을 냈는데 그때는 예수가 사람들한테 당한 폭력에 집중했습니다. 사람이 사람한테 당한 폭력은 사실 그전부터 해왔던 것입니다. 일본 무사 집단에 의해 살해되고 시체까지 불태워진 명성황후 같은 분은 정말 사람이 사람에게 행할 수 있는 폭력의 거의 극한상황이었습니다. 

3. 폭력은 오랫동안 이승하 시인의 시 세계를 관통할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폭력에 주목하신 이유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32명을 살해한 유학생 조승희 군이나 도박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59명을 살해한 스티븐 패덕의 경우를 보면 저는 왜 저 사람의 마음속에 저런 폭력성이 길러졌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최근의 묻지 마 살해사건도 그렇지요. 총기 소유가 우리도 미국처럼 자유롭다면 다 총을 휘두르지 않았을까요? 저는 지방의 명문 사립고등학교를 시험을 쳐서 입학했는데 첫 번째 월말고사가 끝나자 전 과목 선생님들이 틀린 개수대로 종아리와 엉덩이에 매질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퉁퉁 부을 정도로 맞았습니다. 그때는 고교 3년과 대학 1, 2학년 때 교련과목이 있어서 군사훈련을 받았는데 장교 출신 교련 선생님이 저희 반을 지목하여 한 시간 내내 선착순 기합을 시켰습니다. 운동장 저 끝에 있는 미루나무까지 갔다 오게 하여 1등에서 5등까지는 쉬게 하고 나머지는 또 뛰게 하는 거지요. 시간 내내 뺑뺑이를 돈 결과 평발인 제가 꼴찌를 하니까 지금부터 운동장 열 바퀴를 뛰고 와서 보고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열 바퀴를 뛰면서 생각했지요. 이건 기합이 아니라 폭력이라고요. 고등학교 체육시간이 유도 교육으로 대체되었는데 낙법 잘 못하는 학생들은 발바닥을 맞았습니다. 결국 욕심을 내다 쇄골이 부러져 4월 한 달 깁스를 하고 다니는 동안 더욱더 고민에 빠졌지요. 학교에 다닐까 말까 한 달 내내 고민하느라 4월말 월말고사를 잡치고는 집의 돈을 훔쳐내어 서울로 무작정 상경을 했고 제 고교시절은 그걸로 끝났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의 광주민주화운동 간접체험도 폭력과 비폭력이 제 글의 화두가 되게 했습니다. 시 등단작은 베트남전쟁 종전 후의 보트 피플 참상과 우리나라 군사정권 때의 고문 상황을 다룬 것이었고 소설 등단작은 4ㆍ19혁명 때의 발포경관 아버지와 광주민주화운동에 계엄군으로 투입된 공수특전단원 아들과의 갈등을 다룬 것입니다. 폭력과 관계가 되는 작품으로 등단을 해서 그런지 제 관심은 지난 40년간 폭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4. 3부에 와서는 결국 이 폭력은 극복 가능함을 믿는 것으로 보입니다. 폭력을 사랑과 희망으로 극복 가능하다고 믿으시는지요?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희망적인 전망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작은 대한민국만 하더라도 얼마나 폭력사태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까. 부부간에 가족간에, 학내에서 군내에서 폭력은 정말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는 문학이 이런 폭력을 방지하거나 약화시키는 데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사람의 심리를 연구하고 서로 사랑하는 방법을 탐구하는 게 문학의 한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종교가 제 역할을 하면 좋겠는데 참 쉽지 않아 보입니다. 붓다와 예수의 생은 정말 살신성인이었는데 말입니다. 제 문학의 최종적인 지향점이 바로 첫 시집의 제목인 ‘사랑의 탐구’입니다. 교도소와 구치소 교화사업을 10년 이상 했고 지금도 교도소 수용자 문예작품 심사를 하면서 죄와 벌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다 운명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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